‘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실어증이 걸린 30대 ‘폴’(귀욤 고익스)가 우연히 마담 프루스트(앤 르니)를 만나면서 자신의 과거로 기억 여행을 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어릴 때 부모를 잃은 조카가 늘 안타까운 이모들은 나이가 꽉 찬 폴을 어린 아이 다루듯 애지중지 한다. 하지만 폴은 항상 무표정으로 자신의 슬픔을 감춘다. 폴은 기억도 나지 않을 법한 두 살 때 기억이 본인의 무의식중에 남아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그런 폴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마담 프루스트 집에 우연히 들리는데, 그곳에서 어린 시절 자신의 과거를 만난다. 과거를 만나는 방법은 마담 프루스트가 주는 차 한 잔과 음악이다. 음악은 추억을 선사한다고 했던가? 음악의 도움을 받아 폴은 무의식에 도달하고 이를 통해서 자아를 치유한다.
영화에서는 ‘기억이란 어떤 때는 진정제가 되기도 하고 때론 독약이 되기도 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폴에게 아픈 기억이었던 어머니에게 행패 부리는 아버지,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 등이 그의 기억 속엔 독약이 되었다. 하지만 마담 프루스트를 통해 부모님은 서로가 무척이나 아끼는 부부였고 피아니스트를 만들고 싶은 이모들과는 다르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라기를 바랬던 어머니의 존재라는 기억을 상기하며 폴에겐 새로운 진정제가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폴과 같이 누구나 살아가면서 시련을 겪기도 하고 괴로운 기억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 든다. 감당하기 힘든 깊은 상처들은 트라우마로 남아있기도 하다.
나도 이런 상처가 있나 생각해봤다. 만약 나라면? 큰 상처가 있다면 그 기억을 지울 것인가? 아마 노력을 할 것 같아.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기억들이 본인을 옥죄고 원래의 사실보다 더 부정적인 기억으로 쇠뇌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지난날의 기억들이 모두 사실이라 말할 수 있을까? 다시금 생각해 볼만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변해버리고 왜곡되고 마치 그게 사실인양 착각하지는 않을까?
또한, 세월이 지난 그동안 쌓인 경험으로 달라진 지금의 내가 과거에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것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 영화의 폴처럼 과거의 아픈 기억에 사로잡혀 인생을 좀먹기보다는 용기를 내고 그 기억에서 벗어나 나의 성장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롭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 아주 좋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