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3-2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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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친코 포스터

 

 

<파친코>는 주인공 선자의 인생을 통해 일제강점기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우리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영화이다. ‘파친코1900년대 격동의 한국사를 배경으로 재일 한국인 가족 4대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시대와 사랑이 주는 시련 앞에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여성 선자’. 그의 일생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한국과 일본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스케일의 서사가 돋보인다.

 

일본의 멸시와 차별 속에서 처절하게 살아내기도 하고, 희생도 당하고, 스스로 무너뜨리기도 하는 선자 일가족의 삶은 불가항력이었다.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으며, 한계를 넘어설 수도 없었다. 따라서 읽는 동안 그들과 같이 고통스러웠고, 분노가 일곤 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고, 대중문화예술인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윤여정의 연기력은 따로 설명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하지만, 윤여정이 아니었다면 낯선 땅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선자의 회한을 그 누가 이토록 마음 울리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50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을 쏟아내는 4화 장면은 파친코최고의 명장면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윤여정 선생님의 대사를 들을 때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어설프게 하던 일본어가 생각나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윤여정이 연기한 선자가 재일 교포들의 마음속에 있는 어머니, 할머니의 향수 그 자체였다는 뜻이다.

 

윤여정뿐 아니다. 어린 선자와 젊은 선자, 그리고 나이 든 선자는 각각 그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선자를 대표한다. 꼭 한국과 일본이 아니더라도, 고국을 떠나 새로운 나라에 뿌리를 내린 여러 이민자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도입부에 불과한 이야기에 이토록 많은 이가 열광하는 것은 각자의 마음속에 강인한 정신력과 생존력을 간직한 채 가족을 지키고자 헌신한 수많은 선자의 모습이 남아 있기 때문 아닐까. ‘파친코속 선자의 일생을 통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선자의 삶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 ‘파친코는 이 세상 모든 선자들에게 바치는 헌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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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파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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