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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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이 큰 타격을 입었다. 규모 9.0의 일본대지진은일본 지진 관측 이래 최대규모의 지진으로 전 세계에서 1900년 이후 4번째로 큰 지진이다. 당시 발생한 지진해일은 일본 동쪽 해역에서 최대 7m이상 관측되며 대만,하와이,캘리포니아 등 태평양 연안까지 전달되었지만 우리나라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일본정부가 추정하는 피해액은 약 16조에서 25조 엔으로 지난 1995년 1월에 발생한 한신(阪神) 대지진 9조 9천억 엔과는 비교도 안된다. 하지만 인프라와 가옥, 산업 피해만 쳐서 그렇고 지금도 방사성 물질을 내뿜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가 유발할 피해는 제대로 포함시키지 못했다.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된 옛 소련 체르노빌 사태에 필적하는 7등급까지 올라간 후쿠시마 사고는 대기와 토양, 바다 오염이 지속되고 있어 피해 추정 자체가 안 된다. 


후쿠시마 원전 재앙... 달라진 게 없는 후쿠시마 

지난 5월 8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노심손상(멜트다운) 정도는 1호기가 55%, 2호기 35%, 3호기 30%다. 냉각기능은 1~3호기 모두 상실됐다. 일본원자력산업협회가 매일 공개하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상황이다. 지난 달과 비교해 숫자만 다소 구체화됐을 뿐 차이가 없다. 노심연료 건전성과 건물 상태, 원자로 냉각기능 등 총 9개 항목이 여전히 심각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본 상황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한국에서도 이로 인해 원전의 안전성이 도마에 올라 논쟁이 한창이다. 정부는 향후 예상되는 여름철 전력수요 등에 대비해 고리 원전 1호기의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대재앙 수습 과정의 최대 난제는 일본의 허상을 여과없이 국제사회에 드러낸 후쿠시마 원전이다. 여기에 발목이 잡혀 대재앙의 복구와 부흥이 지체되고 일본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또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던 일본의 자존심 역시 묵사발이 됐다. 수산물은 수출길이 막히고 공산품 역시 방사성물질 검사를 거쳐야 하는 지경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스시(초밥)과 사시미(회)는 외국에서 기피음식이 될 정도.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일본을 떠나고 있고 관광객의 발길은 끊긴 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수돗물에서 요오드가 검출되면서 1천 300만 명이 사는 수도 도쿄에서도 식수난이 빚어져 생수 사재기가 계속되고 있다. 

방사능 물질 유출을 차단하려면 냉각기능을 완전히 회복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외부 전원 연결 작업을 원자로 건물 내부로 진전되고 못하고 있다. 이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 오염수 때문. 현재 1∼4호기의 터빈 건물과 주변 작업용 터널 등에는 모두 6만t의 고농도 오염수가고여 있다. 시간당 1천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이 측정되는 오염수를 제거하지 않으면 작업원의 안전 때문에 복구 작업을 할 수 없다. 오염수를 치울 저장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저농도 오염수 1만t을 바다로 방출했다가 국내외에서 엄청난 반발을 샀다.

고농도 오염수를 다른 보관 시설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매일 원자로와 사용 후 연료 냉각을 위해 주입되는 물 550여t 가운데 일부가 고농도 오염수로 흘러내리면서상황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4월 하순 들어서도 고농도 오염수 제거는 부지하세월이고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오염은 방사선 물질인 반감기 30년의 세슘이 평소의 3만8000배에 이르기도 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전용 항만 부근에서는 한때 요오드-131은 평소보다 5만2000배나 검출됐다. 현재는 방사선 피폭 정도가 감소하고는 있지만 오염상태는 여전히 심각하다. 물론 직접적인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후유증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소비 침체로 경제에 직격탄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위축되면 투자와 생산, 고용에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끼쳐 경제 전체가 가라앉기 마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일본 내 11개 민간 경제예측기관의 전망을 조사한 결과 실질 GDP 성장률은 1∼3월 평균 -0.6%, 4∼6월 -2.6%로 각각 추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지진과 쓰나미가 3월11일 발생한 탓으로 충격은 4월 이후에 본격 가시화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7∼9월 이후에는 복구와 부흥 예산 대거 투입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서 연간으로는 0.4% 성장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전력이다. 경제산업성은 대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원전 등 발전시설 피해로 도쿄전력이 관할하는 수도권의 여름철 전력 공급이 4천500만kW에 그쳐 최대 수요(6천만kW)에 비해 1천500만kW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37년 만에 처음으로 올 여름 전력사용 제한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제한 송전이 단행되면 산업계는 막대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연간 GDP가 0.84% 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일본의 성장 전망을 1.6%에서 1.4%로낮췄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대지진 여파로 일본의 성장률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최대 0.6% 포인트와 1.4% 포인트까지 깎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성 재무관 출신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학 교수는“지진 피해에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전력 부족 사태 등이 겹치면서 상반기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재정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일본의 나랏빚은 GDP의 200% 수준으로 선진국 최악이지만 복구 재원 염출을 위해 국채가 증발되면 재정 건전성은 회복 불능 상태로 악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한시적으로 소비세를 올려 복구 재원을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지도층의 리더십 부재에 일본인 절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일본은 이 시점에서 강력한 정치 리더십이 절실하다. 그러나 일본 지도층의 리도십 부재로 인해 또 한번 일본인들이 절망하고 있다.

일본 국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교체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4월 3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29~30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6%는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간 총리가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거나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일본 정가에서는 현재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아직 진행형이어서 즉각 사임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으나, 하반기에는 사임 여론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초동 대응 실패로 원자로 건물 3곳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되는 참사를 빚었고 방사성 오염수를 통제하지 못해 이웃 나라에 대한 통보도 없이 바다로 대거 방출하는 통에 국제적 신뢰를 잃었다. 또 구호품 전달 체계는 이재민 구호에 문제를 드러냈고, 복구대책도 총리 비서실 격인 내각관방을 비롯해 농림수산성,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 등이 얽히고설켜 있다. 복구와 부흥 청사진을 내놓을‘부흥구상회의’를 출범시켰지만 6월은 돼야 밑그림이 나오는 등 총체적 난맥상이다.

재원 확보도 분명하지 않다. 정부와 민주당은 급한 불을 끄겠다며 4조여 엔의 추경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지만 야권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간 총리는 상황을 타개하려고 자민당 등 야권에‘대연립’을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야권은 오히려 간 총리가 물러나야 대연립에 응하겠다며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4월10일 지방선거 참패로 간 총리는 더 궁지에 몰렸다. 민주당 최고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을 지지하는 그룹까지 간 총리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150여 명의 의원그룹을 이끌고 있고 그를 편드는 하토야마 전 총리는 60명 안팎의 지지의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이 힘을 합해 퇴진을 요구하면 간 총리도 버티기 어렵다.

리더십 위기와 정치 불안은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사고로 촉발된 경제·사회적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리더십 회복이라고 식자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다. 국가 위기 상황을 신속히 극복하려면 모든 지시를 발령하고 모든 정보가 집중되는 강력한 지휘관과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는 걸 일본 정부는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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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그 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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